영화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내와 두 아들을 둔 세일즈맨 윌리 로먼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제목처럼 우리는 죽음 가까이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오랫동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회사물건을 선전하며 외판하고 다닌 세일즈맨의 삶에서 이제 남은 것은 결국 그 자신을 팔고 다닌 것처럼 소모된 한 인간의 모습이다.
스토리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의 스토리는 주인공 윌리 로먼이 집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30년이 넘게 와그너 회사 외판원으로 근무하며 자부심을 느끼지만 이제는 차를 몰고 돌아다니는 것도 힘이 든다. 게다가 친구 아들인 회사의 사장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잦아지는 실수로 고정월급도 취소당해 판매 커미션만이 그의 유일한 수입인 상황이다. 오래만에 집에 돌아온 두 아들의 모습은 윌리를 더 힘들게 한다. 아직 안정된 직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큰아들 비프와 겉으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진실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허황된 삶을 살아가는 작은아들 햅의 모습은 아들들의 출세를 바라며 살아온 윌리에게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사실 비프는 학창시절 우연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이후 큰 충격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홀로 주택부금과 보험료를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감당하며 지쳐있던 윌리는 운전중 환각증세를 보일만큼 심각한 정신이상 상태로 결국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게 된다. 아버지의 권유로 사업자금을 빌리러 간 비프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사무실에서 만년필을 훔치다 들켜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아침에 약속한대로 세부자는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만 현실을 숨기고 아버지를 속이려고 하는 햅과 그의 태도에 화가나 모든 진실을 아버지에게 알리려는 비프는 다투게 되며 최악의 저녁식사로 남게 된다. 아버지를 레스토랑에 남겨둔 채 밤늦게 돌아온 두 아들은 위태로운 상황의 아버지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꾸중을 듣게 되고 뒤늦게 대화를 시도하며 눈물로 반성을 하지만 여전히 한편으론 가족의 불행의 원인을 아버지로 생각하며 원망한다.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감과 평범한 샐러리맨임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의 자부심으로 현실감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홀로 운전을 하며 윌리는 과거에 형이 광산에서 일을 하자고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안정된 생활을 원하는 아내의 영향으로 기회를 놓쳤던 그는 형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해 성공한 환상 속에 자동차의 악셀을 밟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장례식날 묘지 앞에 모인 사람이라고는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이웃뿐이다. 아내 린다가 이제 집의 월부금 내는 일도 다 끝난 마당에 정작 집에 살 사람은 가고 없다고 슬퍼하면서 이 작품은 끝이 난다.
감상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평생을 아들에 대한 기대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왔지만 점점 나약하고 초라해지는 윌리는 그런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웃인 찰리에게 돈을 빌리면서도 자신의 회사에 취직하라는 제안을 거절하는 모습은 단순히 자존심이나 부끄러움 때문은 아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형편이 나아지긴 하겠지만 평생을 세일즈맨으로서 지켜왔던 자부심과 자신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와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현대 사회인들의 절규를 느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해야할 일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내 자신을 지금보다 더 소중하게 아끼고 주위 사람들과 따뜻한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 바로 나 자신을 지키는 길이며 각박한 세상에서 오롯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비평
영화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뉴욕에서 연극으로 첫 공연한 이래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었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며 지금까지도 많은 비평가들과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윌리의 집 주위로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그의 정원이 점점 작아지는 모습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시민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작품이 처음 탄생한 19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도 부의 양극화는 좁혀지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무엇도 이룰 수 없는 시대에 살아간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윌리 로먼이라는 이름에서 그의 성인 로먼은 'Low man'이라는 뜻이 담겨있는 만큼 주인공은 소시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견디기 힘든 가장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결국 소시민 윌리의 모습이 마치 나 자신이나 나의 아버지 또는 내 주변사람 같기에 우리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게 된다.